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식적인 학급 회장을 선출한다. 회장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또 투표하는 아이들은 회장이 무슨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하는지 알고 있을까. 아이들은 선생님을 도와 학급을 이끌어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선생님을 돕는 게 학급 회장인 걸까.
우리 반에서는 2주에 한 번씩,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학급 회의를 진행한다. 진도의 압박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학급회의를 여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학급회의는 안정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는 인상을 주고자 했다. 처음에는 서툴러도 반복적으로 연습하면서 토의 방식을 익히고, 학급 임원들은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를 익히게 된다. 또한 함께 생활하면서 누가 어떤 점을 불편해하는지, 또 그 문제에 공감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를 보게 된다. 나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우선순위를 따져보니 더 조속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느끼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해결 방식 역시 학생들이 정하지만, 처벌이나 벌칙의 수위가 금전적이거나 폭력적인 경우에는 내가 개입하여 방향을 학생들의 바꾸어주기도 한다.
문제와 해결 방식을 학생들 스스로 정했는데도, 이렇게 정해진 방식은 교사의 지시보다 훨씬 더 강한 효력을 가진다.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하는 교사의 말은 학생 한 명에 대한 잔소리로 남지만, 학급 회의를 통해 정한 것은 규칙으로 고정되는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익숙해지다 보면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학생들은 나를 찾기보다 ‘학급회의에서 말해야지’라고 학급회의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가 된다.
자치(自治)란, 자기 일을 스스로 다스린다는 뜻이다. 학급 자치는 학생들이 학생들의 문제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분위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급 회의를 하다 보면 규칙은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 수도 있고 수정할 수도 있으며 없앨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공동체의 규칙은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고, 함께 만든 이상 내가 관심이 없었더라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을 공유하게 된다. 이렇게 학급에서 공동체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보는 경험이 쌓인다면 어느 공동체에 속하든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