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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6.2.7 교사가 뭉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필요하다


  쉬는 시간이나 공강 시간에 선생님들과 차 한 잔을 하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차 한 잔을 하며 서로를 알아가고, 학생에 대한 정보를 얻고,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학교의 어려움을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관리자로부터 쉬는 시간과 공강 시간에 선생님들과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자제하라는 말을 들었다. 소통을 강조하고, 학교자치를 강조하면서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하지 말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학교 자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생님들 간의 관계가 중요하다. 그 관계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만날 기회가 있어야 하고, 편안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요즘 교육현장에서는 ‘학교자치’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교육부, 교육청, 학교 관리자, 교사들은 학교자치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학교자치는 학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천하고, 책임지는 교육 민주주의를 말한다. 즉,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에 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통과 토론 과정을 통해 함께 해결방안을 찾고, 실천하고,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학교 구성원들은 이상적인 학교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할수록 교사들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마음의 상처를 받아 소통보다는 침묵을, 자율보다는 타율을, 책임보다는 회피를 더욱 선호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가 상상하는 학교자치의 모습은 멀어지고 형식적인 학교자치만 남게 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듯이, 학교자치는 교사 자치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이 스스로 학교의 문제를 생각하고, 실천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사 자치는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자치활동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자치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자치활동을 경험한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다. 교사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단 선배교사의 조언을 듣고, 교육청 지침에 따라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렇게 해야만 책임으로부터 회피할 수 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교직원 회의 시간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받고, 새로운 안건에 대한 의견을 말하기보단 침묵을 선택한다. 이유는 의견을 말하는 순간 그 안건이 자신의 업무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관리자와 동료 교사와 함께 협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관리자와 동료 교사가 모여서 협의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여 퇴근시간이 늦어진다. 그리고 다양한 해결책과 문제점이 제시되어 업무 방향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협의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치활동을 경험한 적 없는 교사에게 교사 자치를 어떻게 경험하고 배우게 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스스로 무언가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놀이이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모여서 공깃돌 놀이, 소꿉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등을 하였을 것이다. 이때 우리는 그 놀이의 규칙과 방법을 친구들과 함께 정했으며, 해가 넘어갈 때까지 그 놀이를 즐겼을 것이다. 교사들에게도 함께 모여 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나는 동료 교사와 놀이를 하듯 즐겁게 교사 자치를 했던 경험이 있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전체 교직원 50여 명 정도였으며, 이 중에 40대 이하 남자 교사는 10명 정도였다. 3월 초, 남자 교사들은 어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지나가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 어느 날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축구 경기를 하게 되었고, 이때 몇몇의 남자 선생님도 함께 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옆의 동료 교사를 알게 되고, 점심시간에 함께 커피도 마시고,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형성하였다. 그러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마다 모여서 “뭉쳐야 산다” 모임을 하게 되었다. 이 모임의 목적은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함께 해결해 나가자 였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 되면 4층 기술실로 자연스럽게 모였다. 바빠서 못 오시는 분도 계셨고, 중간에 일이 생겨서 나가시는 분도 계셨다. 모든 게 자율이었다. 모이면 개인의 근황, 학교에 대한 문제점, 교육에 대한 시사점, 학생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어느 날, 체육대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식상했던 체육대회를 어떻게 재밌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 일단, 재미없던 준비운동을 없애고, 댄스로 준비운동을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불가능해 보였다. 일단 전교생에게 댄스를 가르쳐야 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교사들이 운동장에서 학생들 앞에서 댄스를 춰야 했다. 그러나 몇몇의 선생님들이 재밌을 거 같으니 한 번 해 보자고 했다. 선생님들은 안무를 만들고, 당일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드론 촬영을 준비하고, 의상을 준비하고... 스스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정하고 즐겁게 체육대회를 준비했다.   그 해의 체육대회는 교직원, 학생이 함께 어울려지는 감동적인 체육대회였다. 이후에도 학교 행사는 함께 만들어갔으며, 학교 구성원 간의 갈등, 학교에 당면한 문제, 수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하고, 실천해 나갔다. 나에게 이러한 경험은 교육은 혼자서 하는 것보다 함께 할 때 더욱 즐겁고 효율적이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교사 자치의 시작은 뭉치는 것이다. 교사들이 함께 뭉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취미, 정보,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율 동아리,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커피를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교사들 스스로 어떤 활동을 한다면 결과물이 없더라도 인정을 해 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교육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관리자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교사들은 어떤 활동과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수업을 만들어 내고, 학교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간다. 교사들이 함께 생각하고, 실천하고, 책임지는 경험이 교사를 뭉치게 할 것이며, 교사 자치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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