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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an 08. 201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20

INDIA. Punjab.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 Julie Mayfeng





인도 펀잡. 2009.



이 사진은 암리차르(Amritsar)에서 다람살라(Dharamshala)로 가는 길에 찍었다. 여유공간도 없는 맨 뒷자리에 끼어 앉아 몇 시간을 달렸다. 급히 올라타는 바람에 물 한병도 갖고 있지 않았다. 목이 탔지만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문이라는 문은 모두 열어놓은 관계로 길 위의 모든 바람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과 창가에 앉아 심심하지 않게 창밖을 보고 갈 수 있었다는 것.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와는 달리 창밖은 여유롭고, 9월의 풍경이라기보다는 한 여름에 가까웠다. 버스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달려갔다. 드문드문 집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거의 푸른 자연의 연속이었다. 한낮의 햇살 속 멱감는 아이들도 그 풍경 속에 있었다. 촬영의 순간은 아주 짧지만 강렬하게 스쳐지나갔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마들렌 한 입을 베어문 것처럼 유년기의 여름날이 떠올랐다. 맑은 도랑에서 가재를 잡고, 그 물길을 따라 숲속으로 들어가던 일. 우리만 아는 비밀의 웅덩이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물놀이를 하던 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놀았던 날들이었다. 어스름과 함께 바람에 실려오던 밥 짓는 냄새는 왠지 모르게 서글펐지만.


언제부턴가 외가에 가면 인사를 하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주는 밥을 얻어먹고 돌아온다. 가재를 잡던 그 도랑물은 언제부턴가 말라버렸고, 몇 종류 되지 않던 과자들 앞에서 행복한 고민을 안겨주던 조그만 구판장도 사라진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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