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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Sep 27. 2017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16

INDIA. Ahmadabad. Home. ⓒ Julie Mayfeng






인도 아마다바드. 2011.




땅덩이가 큰 나라들은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밤 내내 가거나 며칠씩 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중간 기착지를 만들어 잠깐이라도 둘러 보곤 한다. 도시와 도시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내 호기심은 항상 그 사이로 향한다. 



아마다바드*도 그 사이에 있는 도시였다. 기차에서 내린 시간은 새벽 네 시 반, 릭샤 운전수와 열 군데의 숙소를 돌았는데 모두 만실이었다. 겨우 한 곳을 구해 샤워를 하고 모자란 잠을 잤다. 뭄바이 행 기차는 그날 밤 10시에 출발, 그 전까지 아마다바드를 느긋하게 돌아볼 생각이었다. 어슬렁거리며 미술관도 가고, 그러다가 좋은 순간을 만나면 행운이었다.



그 날 저녁이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이 도시의 밤 풍경이 궁금해졌다. 어쩌면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마침 근처에 강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보여 들어갔다. 그런데 야경이라 할만한 건 없었다. 커다란 나무 한 그루와 사그라드는 뿌연 노을...... 그게 전부였다. 그래서 다시 걸어나오려던 참이었다. 



그 때였다. 벌판 위로 작은 불씨가 타올랐다. 그 온기 곁으로 소년 하나와 아기 염소 한 마리가 다가왔다. 아....... 이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카메라를 들고 떠나는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순간들을 만나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때때로 불안을 동반한─그 불확실성이 주는 매력, 예고 없는 위로의 맛 때문에 나는 또 길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빛에 민감한 내 카메라는 나의 집중을 요구하며 흔들렸다. 다시 한 번 셔터를 눌렀다. 이게 최선이었다. 여행을 떠날 때는 최대한 가벼워지고 싶어서 삼각대도 없다. 이 장면이 이렇게라도 담긴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노이즈가 가득하고, 그들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은 왠지 카메라의 배려인 것도 같다.



화려하고 멋지지 않아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감사의 마음을 나는 또 길에서 배운다.







*아마다바드(Ahmadabad): 구자라트 주의 가장 큰 도시로, 상업, 행정, 교통의 요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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