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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Aug 25. 2017

인디언 커피 하우스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14

INDIA. Shimla. Indian coffee house. ⓒ Julie Mayfeng






인도 쉼라. 2009.




사진을 보면 그날의 온도와 습도, 바람까지 생생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그 때 나는 인도 북부의 마날리에 머물고 있었다. 델리에서부터 몇 개의 도시를 거쳐 계속해서 북쪽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당시 나의 계획은 잠무 카슈미르(Jammu and Kashmir) 주의 레(Leh)까지 올라가 일주일 가량 머물며 사진을 담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날리에서 감기 증세가 악화되었다. 갈수록 높아지는 고도에 몬순이 끝나지 않아 연일 내리는 비 그리고 난방 시스템이 없는 인도의 숙소까지. 몸을 회복하기에는 결코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다. 더위를 피해 올라 왔는데 이제는 추위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었다. 햇살이 간절했다. 



지도를 펴서 마날리에서 하룻밤에 갈 수 있는 도시가 어딜까 살폈다. 마날리 아래, 약 250km 떨어진 곳에─영국 식민지 시절 인도의 여름 수도─쉼라(Shimla)가 있었다. 당장 버스 터미널로 가서 티켓을 샀다. 그리고 그날 밤 출발하는 버스에 올랐다. 아직도 그 비 내리던 밤의 축축한 시트와 먼지 냄새는 잊을 수가 없다. 



남쪽으로 내려왔지만 해발고도는 마날리보다 더 높아져 있었다. 쉼라는 가파른 언덕과 계단의 연속이었다. 중심가로는 차량 통행이 제한되어 있었는데, 그날 아침 숙소를 찾아 한 시간을 헤맸다. 비바람에 넘어 졌다가 택시를 탔다가 내렸다가, 우여곡절 끝에 구한 숙소는 춥고 눅눅하고 뜨거운 물도 안 나오는, 몸이 괜찮았다면 당장 옮겼을 곳이었지만 때로 그냥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절실했다. 비가 그친 후 한참을 걷다보니 인디언 커피 하우스에 닿았다. 실내는 손님으로 가득차 앉을 곳이 없었다. 두리번거리다 창가 쪽으로 갔다. 여전히 빈 자리는 없었지만 그보다 더 고마운 순간이 거기에 있었다. 커피를 앞에 두고 상념에 빠진 노인, 민트색의 낡은 벽, 창 밖의 산과 구름......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내게는 그 장면이 위로였다. 곧 노인이 일어났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몸을 녹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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