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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Aug 13. 2017

집으로 가는 길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12

INDONESIA. Sumatra. Bandar Lampung. Way home from school. ⓒ Julie Mayfeng





수마트라 반다르람풍. 2013.




수마트라 여행이 끝날 무렵이었다. 다시 자바 섬으로 돌아가기 전, 반다르람풍(Bandar Lampung)이라는 곳에서 며칠을 지냈다. 람풍항(港)이라는 뜻의 반다르람풍은 이름 그대로 항구 도시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알게 된 반다르람풍은 이름에서부터 예쁜 바람이 불었다.



하루는 호텔 프론트에 물어 고기잡는 마을로 향했다. 호텔에서는 거기까지 가는 길이 오래 걸리고 불편하니 차를 불러준다고 했다. 나는 대중교통이 궁금하기도 했고, 굳이 빨리 갈 이유도 없을 것 같아 거절을 했다. 호텔 맞은 편 거리에서 봉고버스를 잡아 탔다. 차량 가장자리로만 좌석이 있고 가운데는 비어있는 모양이었다. 버스는 정해진 노선도 없고, 에어컨도 없었다. 손님이 원하는 곳에서 타고 내리는 특이한 시스템이었지만, 정해놓은 약속도 서두를 이유도 없는 여행자인 나는 시간 걸려 가는 그 길이 정말 행복했다.



길가에 심어진 나무들은 푸르고, 방과 후 집으로 가는 아이들은 맑고, 창 밖으로는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이 음악처럼 흘렀다. 차비 몇 백 원으로 얻는 행복이 이렇게 클 수 있을까? 12월인데도 땀이 줄줄 흐르던 반다르람풍. 시원한 바람이 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게 그곳은 첫 느낌 그대로 예쁜 바람이 불던 곳이었다. 이 아이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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