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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Nov 16. 2019

모스크바를 떠나던 날





모스크바를 떠나던 날




아침부터 눈이 펑펑 내렸다. 뉴스에선 블리자드 소식이 전해졌고, 나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불렀다. 모스크바의 호스트 P가 아파트 아래까지 배웅을 해 주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행 열차가 떠나는 레닌그라드 역(모스크바에는 모스크바역에 없고, 행선지의 이름이 붙는다)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눈이 많이 내려 택시의 속도가 거북이보다 느렸다. 도시는 더 아름다워졌는데 제대로 사진 한 장 못 찍고 떠난다니 무척 아쉬웠다. 







눈길에 캐리어를 끌고 힘겹게 계단을 오른 후, 실내에서도 또 한번 계단 위로 캐리어를 끌고 올렸다. 연이어 모든 가방과 옷을 벗어서 검색대를 통과, 커다란 홀을 지나 다시 한번 검색대를 통과한 후 내가 탈 기차인 넵스키 익스프레스를 발견했다. 기차 앞에 서 있는 차장 여인에게 인쇄해 온 티켓과 여권을 보여주고 기내로 들어갔다. 서두른 탓에 등은 또 땀으로 가득했다. 코트를 벗어 문 쪽의 옷걸이에 걸고, 샤프카를 벗어 좌석 위의 공간에다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풍을 가르며. 



여섯 명이 앉아가는 공간에 나를 포함하여 총 3명의 사람이 전부였다. 내 앞에는 나이 지긋한 세르게이 아저씨, 그리고 한 칸 건너 오른쪽에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군인 안드레이가 앉았다. 영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안드레이 덕분에 우리 셋은 나름대로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컴파트먼트의 테이블마다 뚜껑이 빨간 플라스틱 통 세 개가 놓여져 있었다. 기차에서 주는 점심이었다. 그 안에는 250ml의 물 한 병과 초콜릿, 티슈, 닭고기가 든 한 뼘 정도 되는 바게트 빵 샌드위치가 들어 있었다. 세르게이 아저씨는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꺼냈는데 메뉴는 러시아인들의 주식과도 같은 흑빵과 삶은 달걀, 햄, 오이 등이었다. 플라스틱 통을 내 쪽으로 내미시더니 함께 먹자고 했다. 그리고 차장에게 포드스타카니크подстака́нник─뜨거운 유리잔을 들 수 있게 손잡이가 달려 있는 형태의 메탈로 된 컵홀더─를 끼운 유리잔을 얻어와 챙겨 온 티백으로 차까지 대접해 주셨다. 호의가 고마웠다. 









덕분에 네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다. 마음을 홀리는 보랏빛 석양과 함께 기차는 속력을 늦추었다. 이제 정말 그리웠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짐을 끌고 밖으로 나오니 여전히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다. 역에서 울리는 방송 멘트와 다시 만나는 사람들이 나누는 포옹과 키스, 사선으로 떨어지는 눈을 헤치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추위도 잊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나는 그런 영화 같은 순간을 좋아한다. Y를 만나려면 두 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다. 나는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몇 발자국 걷다가 멈추고 또 몇 발자국 걷다가 멈추며 사진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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