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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Nov 16. 2019

Y를 만나다





Y를 만나다




“지금 마쳤는데 어디야 쥴리?”

“도착해서 조금 쉬고 있었어. 지금 사도바야역으로 갈게.”

“좋아, 나도 지금 거기로 갈게.”

“오케이. 7시 반에 거기서 봐.”



역 대합실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역 밖으로 나왔다. 온통 눈 세상이었다. 역 앞은 자가용들과 택시로 붐벼서 내가 부른 택시가 어떤 차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한 대를 놓치고 또다시 한 대를 불렀다. 거의 30분이 흐르고서야 세나야 역이자 사도바야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택시 운전수는 사도바야 역을 가리키며 이곳에서 내려 저기로 걸어가라고 했다. 나는 여기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영어로 말했고, 젊은 운전수는 알았다며 차를 멈췄다. Y에게 전화를 걸어 운전수를 바꿔줬다. 운전수는 나보다 어린 듯 보였는데 차분하고 착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는 나 대신 밖으로 나가 Y를 기다렸다. 5분 쯤 지나자 저 멀리서 걸어오는 Y가 보였다. 마트에 들렀다 오는 모양인지 손에는 커다란 물병과 비닐봉지가 들려 있었다. 



택시에서 내렸다. Y와 인사를 나눈 후 고마운 운전수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Y의 집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내 키보다 더 높은 눈 언덕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캐리어 하나와 백팩 하나, 그리고 잡동사니가 든 면세점용 투명백 하나를 든 채로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하며 걸었다. 약 10분 후 그의 집 앞에 도착했다. 왠지 걸어본 적 있는 듯한 익숙한 거리였다. 아치형의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니 놀이터와 정원이 나왔다. 이곳 아파트도 러시아의 전형적인 철문이 달려있었다. 



“쥴리, 캐리어를 내게 줘. 그리고 이걸 들어줘.”



그는 내 캐리어를 들고, 대신 나는 그의 장바구니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단 한번의 쉼도 없이 잘도 올라가는 그와는 달리 나는 조금 헉헉거렸다. 



그의 집은 5층 꼭대기였다. 몇 년 전 코펜하겐에서 지냈던 7층 꼭대기의 펜트하우스가 생각났다. 낑낑거리면 올랐지만 다행히 이곳은 5층이었다. Y의 집은 넓고 심플한 스타일로 창문이 많아 마음에 들었다. 그는 곧 내가 머물 방으로 안내했는데, 웬일인지 냉기가 가득했다. 빨래를 건조시키느라 창문을 활짝 열어 놓은 상태였다. 얼른 창문을 닫았지만, 그 방은 밤 내내 추웠다. 



“잘 때는 라디에이터 쪽으로 발을 두고 자. 가까이 가면 너무 뜨거우니까 조심해야 해.”



창문은 침대 머리 쪽으로 나 있고 라디에이터 또한 침대 머리 쪽에 있었는데 자다가 너무 추워서 일어나 옷을 더 껴입고 라디에이터에 거의 붙어서 잠을 잤다.



어쨌든 그날 저녁, 그가 장을 봐 온 재료들로 우리는 함께 요리를 했다. 메뉴는 카프레제 샐러드였다. 그는 토마토를 씻은 후 내게 칼과 함께 건넸다. 이어서 모짜렐라 치즈도 잘랐다. 그는 내가 잘라 놓은 토마토와 모짜렐라를 접시에 담다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쥴리! 토마토와 모짜렐라 치즈 갯수가 똑같아. 어떻게 한 거야?”



신기하게도 하나의 오차도 없이 그 갯수가 똑같았다. 세면서 자른 것도 아닌데. 그는 러시아인들의 주식과도 같은 그레치카(메밀)를 삶고, 병에서 싹을 틔운 렌틸콩과 함께 각종 채소 등을 곁들여 화려한 한 접시 베지테리언 음식을 만들어냈다. 테이블 위에 올리니 마치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다녀간 듯한 비쥬얼이었다. 우리는 웃었고, 나는 언제나처럼 사진을 남겼고, 그 또한 핸드폰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나는 이전에 왔던 두 번의 러시아 여행 이야기와 러시아 노래 중 유명한 ‘백만 송이의 장미’가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얘기, 그러면서 심수봉이 부른 곡을 들려 주었고, 이어서 한국 트로트에는 이런 것들이 있는데 하며 엄마가 좋아하는 이미자의 곡들도 들려 주었다. 그는 이미자의 노래와 목소리가 좋다고 했다. 그 또한 알라 푸가초바의 음악에 이어 또 다른 러시아 여가수의 음악을 들려주었다. 음악을 주제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얘기를 나누었다.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함께 나갔다. 그는 걷다가 멈추며 이곳은 어디고, 이곳은 예전에 홍수가 나서 물이 이 만큼 쌓였고…… 하며 내게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걷다보니 꽁꽁 얼어 눈이 쌓인 모이카 운하가 나왔다. 거기는 내가 예전에 머물렀던 소울 키친 호스텔이 있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그곳을 예약해 두었고, 이틀 후면 옮겨갈 예정이었다. 우리는 언 운하 위를 함께 걸었다. 또 조금 걷다가 네바강 위에도 몇 발자국을 남겼다. 무서워서 가운데까지는 가지 못하고, 가장 자리에서 맴돌았다. 저 멀리 어떤 용기 있는 세 명의 여인들이 네바강 위를 걸어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돌아오는 길은 너무 추워서 잠시 몸을 녹이려 불켜진 베이커리로 들어갔다가 아침으로 먹을 빵을 사고 택시를 불러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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