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e Mayfeng Nov 16. 2019

당신의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당신의 예약이 취소되었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기 하루 전 내 카우치 예약이 취소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떠나기 전 컨펌까지 모두 받은 상태였고, 호스트 A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모스크바역으로 마중 나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취소를 해 버린 것이었다. 처음 겪어보는 일이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곧장 메시지를 보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우리가 그동안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보내왔다. 그 때 나는 모스크바의 쇼콜라드니차Шоколадница라는 카페에서 호스트 P와 번역가 친구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물론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일도 종종 일어나지만, 취소를 하기 전에 “너 내일 오는거니? 연락줘.” 정도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기분 나빠하고 있을 일도 아니었다. 



이제 당장 내일 묵을 곳을 구해야 했다. 다행히 카우치 서핑 사이트에 나의 여행 일정이 공개 되어 있어 호스트 신청을 보내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중 몇몇에게 답을 보내고 답변을 기다렸다. 그러던 중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누군가에게서 메시지가 날아왔다. 



“안녕, 쥴리!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묵을 곳은 찾았어요?” 



“안녕, Y! 네, 찾았어요, 찾았는데…… 그 분이 갑작스럽게 취소를 했어요. 혹시 제가 지금 신청해도 늦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그는 내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호스트를 구할 때 스쳐버린 호스트들 중 하나였는데, 나의 호스트 제안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그럼 언제 어디서 만나면 될까요?”



“저는 내일 저녁 7시 쯤에 마쳐요.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사도바야 지하철역에서 만나는 건 어때요? 저는 보통 빨리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는데, 혹시라도 산책을 한다거나 도시 구경을 함께 하는 건 낮 동안만 가능해요. 괜찮아요?”



“네, 괜찮아요.”



그 후 몇몇 사람들이 내게 답을 보내 왔지만 이미 새로운 호스트가 정해졌으니 감사의 말만 전했다.








이전 18화 유리 바슈메트와 마야콥스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