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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ul 14. 2017

밥 먹는 노인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04

INDIA. Kanyakumari. Old man eating dinner. ⓒ Julie Mayfeng





인도 칸야쿠마리. 2011.




남인도의 땅 끝 마을 칸야쿠마리였다.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던 길, 가슴이 쿵하는 느낌과 함께 한 사람을 보게 되었다. 마치 타고르*가 환생이라도 한 듯, 가던 길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찍고 싶은 장면이 눈 앞에 나타나면, 그게 캔디드(candid) 사진이든 아니든 망설이게 된다. 카메라를 든지 오래 되었다 할지라도, 찍어도 된다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허락받기까지는 쑥스럽기도 멋쩍기도 하다. 카메라를 들었기 때문에 다가갈 수 있는 일종의 통행증이 생긴 건 맞지만, 서로가 모르는 사이에서 '다가간다는 것'은 신뢰를 주고 용기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들어갈 때만 해도 손님은 그 노인이 전부였다. 긴 테이블 하나에 긴 의자 두 개가 가게 사이즈에 딱 맞춘 듯,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놓여져 있었다. 가게에 들어가려면 일단 입구 쪽 의자 끝부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상태에서 조금씩 움직여 안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는 아마도 나를 식당에 밥 먹으러 온 사람으로 본 듯, 몇 번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했다. 그의 저녁은 전날에 내가 아침으로 먹었던 이들리(쌀가루를 반죽하여 숙성시켜 쪄내는 인도 전통요리)였다. 내가 마주 앉자 그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우리 사이에 대화는 없었다. 하지만 대화 이상의 무언가가 분명 존재했었다고 나는 믿는다.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1861-1941): 인도의 시인 겸 사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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