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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ul 17. 2017

타르사막의 문라이즈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05




인도 타르사막. 2011.




그 날 밤 내가 본 것은 내 짧은 인생을 통털어 가장 황홀했던 경험 중에 하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만나는 타르 사막이었다. 허허벌판에 앉아 삼십 여분을 기다리자, 저 멀리 낙타를 탄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18.9리터짜리 빈 물통이 눈에 띄었다. 우리는 각자에게로 배당된 낙타 위로 올라가, 손잡이를 꽉 붙들고 몸을 최대한 뒤로 젖혔다. 낙타는 어김없이 아찔한 각도로 출렁이며 순식간에 일어섰다. 



커다란 나무 아래서 점심을 먹고, 다시 낙타에 올랐다. 중간에 작은 마을에 들렀다. 사룹의 할머니가 사시는 동네였다. 동네 꼬마 하나는 눈병이 걸려 집 마당 가운데 양탄자를 돌돌 말고 누워 있었다. 꼬마는 눈치를 살피다 일어났다. 소년의 한쪽 귀에는 붉은색 천조각이 매듭처럼 묶여 귓볼을 감싸고 있었다. 영어가 통하지 않아 할머니와 손짓 발짓 대화를 나누었다. 눈이 아픈 건 표가 나지 않아 귀에 표시를 해 두었다는 말인 듯 했다. 부지런한 사룹이 물통에 물을 채우는 동안, 게으른 메헤라는 마당 가장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댔다. 그는 양쪽 엄지와 검지로 콧수염을 잡고 돌돌 말아서 하늘을 향해 잡아 당기는 버릇이 있었다. 적어도 십분에 한 번은 그 행동을 반복했다. 그 집의 한 쪽 창고에는 무르거나 터진 수 십 덩이의 수박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저 아까운 수박들이 무슨 이유로 여기서 저렇게 나뒹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소년에게 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낙타등에 올라탔다.   


  

한 시간 여를 더 낙타 위에서 보내고, 오후 다섯 시 무렵 샌듄에 도착했다. 해는 아직 남아 있었다. 낙타 등에서 내린 매트를 모래 위에 깔고, 신발을 벗고 그 위에 앉았다. 오는 길에 스친 풀들의 가시가 바지 곳곳에 붙어 따끔거렸다. 메헤라는 잔뜩 모은 나뭇가지들을 들고 나타났다. 곧이어 사룹은 짜이를 끓여 내왔다. 모래 위에 스테인레스 컵을 꽂았다. 뜨거운 짜이는 포물선을 그리며 사막의 바람을 타고 컵 속으로 떨어졌다. 그런데 모래 위에 신기한 연속 무늬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래 위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범인은 쇠똥구리였다. 딱히 할 일이 없던 나는 가만히 쪼그리고 앉아 쇠똥구리를 관찰했다. 녀석은 영상을 2배속으로 재생한 것처럼 아주 빠르게 모래를 차내고 있었다. 왼발 6회, 오른발 6회, 다시 왼발 3~4회, 오른발 3~4회… 그런 식이었다. 메헤라는 열네 살 사룹의 명령으로 채소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사룹은 우리에게도 일을 주었다. 마늘 까기. 통통한 마늘이 아닌 초승달 모양의 아주 가느다란 마늘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오전에 지프를 몰았던 라주가 왔다. 밤에 다시 자이살메르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사막에서 밤을 보내는 건 한 번이면 족했다. 이집트 여행에서 경험한 사막의 새벽은 죽을 만큼 추웠다. 양탄자를 일곱 겹이나 덮었는데도 뼈마디가 시려웠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사막여행을 했지만, 아무리 멋진 곳이라도 잠은 숙소에서 자는 걸로 했다.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혹시나 빠뜨린 건 없는지 모래 위를 살폈다. 그 때였다. 사막의 지평선 위로 밝고 환한 빛이 떠올랐다. 








INDIA. Rajasthan. Thar Desert. Moonrise. ⓒ Julie Mayfeng





"저게 뭐에요?"


"Moonrise!(달이 뜨는 거에요.)"


"네? 저… 저것이 정말 달이에요? 해처럼 뜨는 저게 정말 달이라구요?"



신기했다.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얼마나 놀랐는지 사막의 밤엔 해도 떠오르는 줄 알았다. 내 기억 속의 달들은 모두 빌딩 숲 사이에 '떠 올라 있는' 달이었다. '떠오르는' 달은 그 동안 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일까? 나는 커다란 물통 위에 책 한 권을 올리고, 그 위에 카메라를 올려 셔터를 눌렀다.



"조금만 더 있다 출발해도 될까요?"



짐을 그대로 두고 나는 그 자리에 누웠다. 밤하늘은 커다랗고 까만 우산 모양이었다. 별들은 비처럼 쏟아지고, 달은 점점 더 높이 떠올랐다.






INDIA. Rajasthan. Thar Desert. Moonrise. ⓒ Julie Mayfeng


INDIA. Rajasthan. Thar Desert. Moonrise. ⓒ Julie Mayfeng


INDIA. Rajasthan. Thar Desert. Moonrise. ⓒ Julie Mayf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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