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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ul 19. 2017

타지마할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06

INDIA. Agra. Taj Mahal. ⓒ Julie Mayfeng





인도 아그라. 2009.




아무리 아름다운 타지마할*이라도 쉬면서 볼 일이었다. 어느새 녹초가 된 나는 그늘을 찾다가 서편 모스크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눈 앞에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나를 충족시킬 만한 사진적 장면이 아니었다. 



나는 다른 장면을 찾고 있었다. 덩그러니 놓여진 건물만이 아닌, 타지마할과 사람이 함께 있고, 오래된 것과 새 것이 함께 있고, 죽음과 삶, 빛과 어둠이 함께 있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 내 손에는 거울이 들려 있었다. 땀과 머리가 엉겨 붙어 엉망이 된 얼굴을 보던 중이었다. 그러다 무심코 바닥에 내려 놓았는데 그 위로 타지마할의 하얗고 둥근 돔이 거꾸로 비치고 있었다. 30초 쯤 지났을까? 거울 위로 사람들이 지나갔다. 



바로 이 장면. 그 날 내 거울 위로 반사된 순간이다. 나는 종종 삶의 이면에 대해 생각한다.






*타지마할: 무굴 제국의 다섯 번째 황제 샤 자한(Shah Jahan, 1592-1666)이 사랑하는 왕비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무덤. 전 세계에서 수입한 보석들과 2만 여명의 인부를 동원해 22년간 지었다. 이로 인해 샤자한은 국고를 탕진했고, 말년에 아그라 성에 유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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