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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ul 12. 2017

치즈를 만드는 곳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03

INDIA. Varanasi. Cheese(Paneer) factory. ⓒ Julie Mayfeng






인도 바라나시. 2009.




이 사진을 갖게 된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도 나는 그 아침에 감사한다.    



바라나시역에 막 도착해 릭샤를 잡으려고 서 있었다. 곧 호객꾼들이 몰려 들었다. 그들 얘기의 요점은 '싸고 전망 좋은 방(Good price, good view)'이 있으니 한번 구경해보지 않겠냐는 것. 경험상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숙소를 구하려면 어차피 시내로 가야했고, 좋으면 머물고, 만약 별로라면 다시 찾아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기대가 컸던 건 아니었는데, 빛이 들지 않는 숙소를 보니 우울해졌다. 그곳은 중심가에서도 꽤 떨어진 곳이었다. 당장 숙소와 식당들이 많은 벵갈리 토라(Bengali Tola)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우선 아침이라도 먹으면서 생각하고 싶었다. 그 전에 카메라와 렌즈, 노트북 등이 든 배낭은 체크인을 한 후 객실에 넣어 두었다.    



밥을 먹는 식당에 게스트 하우스 간판이 붙어 있었다. 혹시나 해서 물으니 근처의 숙소로 안내를 해 주었는데, 식당에서 함께 운영하는 숙소였다. 5~6층 짜리 건물에 아랫층은 가족들이, 윗층은 여행자들의 숙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곳 또한 그저 그랬다. 그러다 옥상을 보자마자 환호성이 터졌다. 그곳은 갠지스가 보이는 옥탑방이었다. 게다가 하루에 200루피였다. 이곳이야말로, 진정 싸고 전망 좋은 방이었다. 빨래할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짐을 가져 오겠다고 말하고 미로 같은 골목을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내 옆으로 어떤 장면이 스쳤다. 인도 치즈인 빠니르(paneer)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주홍색의 터번, 터키 블루색의 바지. 조그마한 공간에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색들의 조화마저 아름다웠다. 마치 인상파 그림 속 장면처럼. '누를까? 말까?' 어김 없이 찾아온 망설임의 순간 후 얼른 카메라를 들어 '한 번의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이튿날 밤, 컴퓨터를 열어 사진들을 보는데 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감사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초점이 살짝 비켜나간 것 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일체의 연출도 부여되지 않은, 일상의 동선에서 자연스럽게 놓이고 만들어진 조형미 그리고 색감의 조화. 그것을 내 프레임 안에 제대로 넣었을 때 나는 어떤 희열을 느낀다. 






*200루피: 당시 환율로 약 5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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