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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ul 05. 2017

블루 하우스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01

INDIA. Jodhpur. Blue house. ⓒ Julie Mayfeng






인도 조드푸르. 2009.




좋은 순간을 만날 때면 '두 번은 없다'는 마음으로 셔터를 누른다. 마음을 움직인 장면을 마주하고 누르는 첫 번째 셔터에는 순도 높은 감정이 담긴다. 다시 누른 셔터는 같은 사진이라 할지라도 다르다. 처음 만큼의 떨림이나 애틋함은 없다.



라자스탄의 블루시티, 조드푸르에 갔을 때도 그런 순간을 만났다. 시계탑 근처에 유명한 오믈렛 집이 하나 있었다. 한국어로 '아말렛숍'이라 적힌 그곳은 아버지와 아들이 운영하는 아주 작은 노점이었다. 여행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고 가이드북에까지 등장한 그 집은 언제나 여행자들로 북적거렸다. 하얀 달걀이 탑처럼 쌓여있는 그 집을 나도 몇 번 들러 끼니를 때웠다. 테이블도 따로 없고, 플라스틱 의자 몇 개가 전부였지만, 한 끼를 때우기엔 가격도 맛도 보통 이상은 되었다. 하루는 식사를 마치고 오믈렛 집 아들에게 푸른 집들이 모여있는 곳의 위치를 물었다. 그가 알려준대로 릭샤를 타고 이동해 골목길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는 미로 같은 골목들, 그 사이사이를 거닐며 사진을 담았다. 



그러다 문간에서 푸른 집을 칠하고 있는 여인과 푸른 벽에 잠시 머물고 있는 맑은 빛을 보았다. 그것은 마치 사라져 버릴 꿈 속의 장면, 곧 끝이 나 버릴 음악 같았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가슴 위로 카메라를 들어 올렸다. 이 순간이 흐트러지지 않길 바라며 단 한 번의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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