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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Oct 19. 2017

스쿨릭샤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17

INDIA. Delhi. School rickshaw. ⓒ Julie Mayfeng





인도 델리. 2009.




며칠째 불면의 밤이 이어지던 어느 날이다.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할 바에야 사진이라도 찍고 오자 싶었다. 카메라 하나만 챙겨서 얼른 밖으로 나갔다. 숙소가 있는 델리역 부근에서부터 발길 닿는대로 걸었다.    



한두시간 걷다가 다시 돌아올 요량이었지만 걸으면 걸을수록 생기가 돌았다. 짜이(인도식 밀크티)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튀김과 빵 등을 튀기는 커다란 웍(wok)에는 기름이 한가득 부어져 있었다. 버스에서 내린 순례객들을 무거운 짐을 이고 지고 걸었다. 누군가는 거리를 쓸고, 누군가는 학교에 가고, 누군가는 오늘 팔아야 할 바나나들을 수레 가득 실었다. 별 것 아닌 일들이 별 것처럼 보이는 아침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막다른 골목에서 노란색의 낡은 스쿨릭샤 한 대가 보였다. 안에는 어린 소년 하나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아직 오지 않은 친구들을 기다리는 모양이었는데, 소년에게서 왠지 모를 고독이 읽혔다. 나는 종종 홀로 있는 자들과 마주하면 거울을 보는 것 같다. 마음이 쓰인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내 사진에는 홀로 있는 자들이 많다.    



아직 열리지 않은 푸른 문들과 노란 릭샤의 색상 대비, 그리고 릭샤 내외부에서 느껴지는 만든 이의 흔적 또한 내겐 인상적이었다. 몇 분 후 소년의 친구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릭샤는 곧 아이들로 가득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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