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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an 03. 2018

콜카타의 인디언 커피 하우스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19

INDIA. Kolkata. Indian coffee house(College Street branch). ⓒ Julie Mayfeng






인도 콜카타. 2009.



예술가의 숨결이 스친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전혀 다른 공간으로 다가온다. 규모에 상관없이, 심지어 아무런 흔적없이 터만 남은 곳 조차도 남다른 가치와 향기를 지닌다. 이 카페는 인도 콜카타의 인디언 커피 하우스*로 시성 타고르(Rabindranath Tagore)와 영화감독 사트아지트 라이(Satyajit Ray)* 등이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프랑스 파리에 비유하자면 '레 두 마고(Les Deux Magots)'나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점심 무렵, 택시를 타고─보이 빠라(Boi Para, 책시장)라 불리는─콜리지 스트리트로 향했다. 주변 모습들을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일찍 내렸다. 카페로 가는 길은 온통 책방과 학교였다. 층층이 쌓아올린 책들, 줄줄이 이어지는 책방들에 연신 감탄사가 나왔다. 그 길 위에는 콜카타 대학교와 하레 스쿨, 프레지던시 대학 등 콜카타의 유서 깊은 학교들도 있었다.


인디언 커피 하우스는 콜리지 스트리트 선상에 있지만 정확히는 반 킴 차터지 스트리트의 15번지였다. 그곳 또한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는데 초입에는 힌두 스쿨이, 대각선 맞은 편에는 산스크리트 칼리지가 있고 커피숍 입구 또한 양쪽 모두 책방이었다.


나는 카페 윗층 난간에 붙어서 아랫층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일정한 각도로 기울어진 네모난 테이블과 그 주위로 둘러 앉은 사람들이 만드는 반복적인 무늬가 재미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는 모르지만 고대 아고라의 그것 같은 콜카타인들의 아따(Adda)* 문화가 이런 건가 싶었다. 시간을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이 좋아보였다. 어쩌면 이들 중에도 시인이나 작가, 음악가, 영화감독 등의 예술가들이 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곳처럼 시간의 냄새가 가득 밴 공간과 마주할 때마다 더 오래 오래 이 모습 그대로 남아 있기를 하고 바라곤 한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어제를 기억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빠르게. 때로 그것이 너무 슬프다. 




*인디언 커피 하우스: 인도 커피 노동자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인도 전역에 400여개의 체인이 있다. 콜카타의 대학로 지점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곳으로, 1876년 앨버트 홀(Albert Hall)로 지어져 커피를 팔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부터다.


*레 두 마고(Les Deux Magots)와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 파리에 있는 유명한 카페로 당시 지성인들, 작가들, 예술인들이 드나들던 아지트였다. 단골들에는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어니스트 헤밍웨이, 에디트 피아프 등이 있었다.  


*사트아지트 라이(Satyajit Ray): 콜카타 출신 영화감독으로 <길의 노래(Pather Panchali)>라는 작품으로 1956년 칸영화제 최우수 인간 다큐멘트상을 수상했다.


*아따(Adda): 콜카타에서 태어난 문화로 같은 사회 경제적 계층의 사람들끼리 지적 교류 하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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