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lie Mayfeng Aug 04. 2017

매점에서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10

INDIA. New Delhi. Snack bar. ⓒ Julie Mayfeng






인도 뉴델리. 2009.    




그날은 내가 인도 여행을 시작한 첫 날로, 시차와 불안 속에서 보낸 불면의 날들 중 하나이다. 오전에 파하르간지(Pahar Ganj)─뉴델리의 여행자 거리─에서 환전을 한 후, 가장 먼저 간디 박물관에 갔다. 거리를 거닐기엔 정오의 햇살이 너무 강렬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목이 말라서 뭐라도 마실 참이었다. 둘러보니, 박물관 마당에 작고 허름한 매점 하나가 보였다. 약 한 평 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로 가득, 그러나 질서있게 들어차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푸른 병에 든 음료수를 골랐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지갑에서 루피화를 찾고 있었다.    



인기척이 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손에 든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카메라를 들었다. 첫 인도 여행에서의 첫 날, 처음으로 마음을 흔든 장면이었다.    



안팎의 붉고 푸른 빛, 그 조화로운 대비와 함께 그 남자가 창 가까이 다가옴으로써 내가 원하는 사진적 장면이 만들어졌다. 그의 알 수 없는 표정과 손에 들린 뜨거운 짜이(chai)*, 새 것처럼 빛나는 손목 시계, 그리고 매점 안에 진열된 과자들과 크고 작은 냄비들, 또 여러 개의 컵들까지, 내 눈에는 그것들 하나하나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진 듯 보였다.       



내 사진은 오랫동안 나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불쑥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한다. 찬장 안에 प्रोप्लस 100이라고 적힌 필름이 보인다. 그림처럼 보였던 그 힌디어 글자는 F사 필름인 '프로플러스'였다.─지금의 나는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정도의 힌디어 초급 수준이다─그리고 그 옆에 아이의 얼굴이 그려진 비스킷 하나도 보인다. 그 때는 그 과자가 오레오만큼이나 많이 팔리는 과자인지 알 리 없었다. 나도 여행 중에 몇 개씩 사서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그 과자는 인도 국민들이 짜이와 함께 즐겨 먹는 파흘레지(Parle G)라는 비스킷이었다. 언뜻 이름에서는 불어의 뉘앙스가 풍겼지만, 뭄바이 교외─국제 공항 부근─의 'Ville Parle(빌레 파흘레)*'라는 지역 이름이자 역 이름이었다. 그곳에 이 과자의 첫번째 공장이 있었다고 한다.   



병에 든 음료수는 가지고 갈 수 없었다. 공항 검색대에 선 사람처럼 그 자리에서 다 마시고 병을 돌려주어야 했다.  






*짜이(chai): 홍차잎을 우려서 만든 달달한 밀크티 음료로 인도인들이 즐겨 마신다.

*지역 이름 'Ville Parle(빌레 파흘레)'는 작고 오래된 두 곳의 사원  Virleshwar(빌레슈와르)와 Parleshwar(파흘레슈와르)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벨리 여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