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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Mar 31. 2018

석양의 여인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23

INDIA. Agra. Woman in sunset. ⓒ Julie Mayfeng





인도 아그라. 2009.



해지기 전후의 시간이 되면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다. 풍부하게 흘러내리는 빛의 홍수를 만끽하며 골든아워의 사진 한 장을 위해 목숨을 걸듯 헤매고 헤맨다. 그 시간을 놓치기라도 하면 적어도 24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니까.


그날 오전에는 타지마할에서 시간을 보냈다. 점심 무렵에는 숙소에 들러 배터리를 충전하고, 해지는 시간 즈음 아그라 성으로 갔다. 사람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는데, 그냥 돌아서자니 아무래도 아쉬웠다. 양해를 구하고, 티켓 부스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 모든 게 아름다워 보였다. 걷다가 멈추다가 티켓 부스 쯤에서 다시 들어온 길 쪽으로 유턴했다.


거의 다 빠져 나왔을 무렵이다. 여인이 게이트를 지날 때 뭔가에 홀린 것처럼 셔터를 눌렀다. 뒷모습에는 마음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뭐라 꼭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떤 서글픔 같은 것? 석양빛 또한 그렇다. 비록 아그라 성은 구경하지 못했지만, 이 사진 한 장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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