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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Jan 15. 2018

무라노의 골목에서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22

ITALY. Murano. At an alley. ⓒ Julie Mayfeng





이태리 무라노. 2014.



한때는 사진의 순간들을 찾으려고 애썼다. 시간이 지나고 느낀 건, 애써 찾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울릴 때 알아차릴 뿐이었다. 카메라를 가진 날에는 그것을 붙잡을 수 있었고, 카메라가 없는 날이면 다시 마음 속에 눌러 담았다.



태어나고 자라면서 마음에 수많은 그림을 그렸다. 기억이 없던 날에도 그림은 그려지고 있었고, 기억이 시작되고 지금까지도 그림은 그려지고 있다. 삶에 대한 호기심과 크고 작은 경험들 그리고 예술을 향한 갈망, 거기서 비롯된 기질과 일종의 취향들이 나로 이끈다. 감각이 항상 깨어있기를 바라지만 때로 예민함에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예술가들이 만들어 내는 작품들에 감동하지만 작품의 뒷면이 보여 아플 때가 더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사진은 긴 시간 내 안에서 발효되고 있는 것들을 끄집어 내 준 고마운 언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형체 없는 그림은 쌓인다. 그러다 내 마음과 겹쳐지는 순간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춘다.



무라노의 골목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멈춘 순간이었다. 때로 그 순간을 설명하기 힘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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