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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e Mayfeng Apr 16. 2018

아마라푸라의 소녀

쥴리 메이펑의 사진이 된 순간들 #024

BURMA. Amarapura. Little girl with flowers. ⓒ Julie Mayfeng




버마 아마라푸라*. 2010.



시간이 참 빨라. 너에게도 그럴까? 소녀야, 나는 너를 보면서, 너처럼 자연의 향기를 감사히 맡는 그 순간만큼은 누구라도 선한 마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 날 나는 만달레이 곳곳을 돌아보던 중이었어. 오후 늦게 우베인 브릿지에 갔었고, 타웅타만 호수에서 보트를 탈까 하다가 그냥 다리 끝에서 끝까지 걸었어. 걷다보니 마을 하나가 나오더라. 


마침 하교 시간이었는데, 우루루 몰려나오는 아이들 틈으로 담장 옆 소목 나무 아래 꽃 따는 아이들이 보였어. 땅에 끄일 듯한 기다란 책가방을 멘 너희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잠시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더라. 나도 작은 몸으로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다녔거든. 물론 지금도 내 몸집은 그리 크지 않고, 내 배낭은 여전히 크고 무겁지만, 나는 너희 같은 친구들을 만날 때면 정말 행복하단다.   


잠시 깔깔거리다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앞에 네가 있더라. 마치 세상이 멈춘 듯 가만히 서서 꽃향기를 맡고 있었어. 세상에! 너무 예뻐서, 인사도 없이 카메라부터 들어야 했던 나를 용서하렴.


이제는 십대 소녀가 되었을 너. 문득 네 앞에 펼쳐진 삶은 어떤 모양일까 생각을 해본다. 소녀야, 그 모양이 어떻든 너의 고운 향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사진 속에 와줘서 고마워. 건강하렴. 




*아마라푸라(အမရပူရ): 만달레이 구의 도시로 한때 버마의 수도였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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