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무엇인가?

by 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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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편지는 이렇게 쓰여 있다고 한다.

"이 세상에, 진정으로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자식도, 친구도, 심지어 이 몸뚱이조차 잠시 머물렀다 가는 인연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구름처럼 머물다 스치는 인연입니다."


마치 고승의 설법을 듣는 듯하다. '이 몸뚱이도 잠시 머물러 가는 인연이다'. 가톨릭이든 불교든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성직자들은 종국에는 같은 지점을 놓고 얘기한다. 내가 나라고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살아가면서 나 역시 가끔씩은 그런 궁금증이 생겼다. 정말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무엇인가?


우주라는 공간과 시간의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는 기적 같은 일이다. 인간의 삶은 찰나의 찰나다. 우리 인간의 몸은 원자로 구성된다. 원자가 모여 인간이 되고, 인간은 스스로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하는 의식도 갖게 된다. 그리고 또 죽음을 맞는 어느 순간 원자는 해체돼 이 지구나 광활한 우주 속으로 흩어진다. 원자는 인간의 몸을 떠나서도 광대한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며 별이 되기도 하고, 지구 같은 행성에서 꽃을 피우기도 하며, 바위의 한 부분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인간은 원자가 모였다 흩어지며 존재의 근원지로 되돌아간다. 원자는 불멸한다. 바다가 존재의 근원이라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바람결에 이는 작은 파도와 같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이 그치면 금세 사라지는 파도가 스스로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의 의식은 나의 몸이라는 물질적 공간을 통해 발현된다. 나는 의식을 통해 나의 생명이 나의 것임을 느낀다. 몸이나 의식이나 그냥 한통속처럼 느껴진다. 내가 호흡하는 순간들, 내 몸에 귀속된 손과 발 모두 나의 것이다. 명약관화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나의 생각이 만들어 낸 환상이나 허상 같은 게 아닐까? 그런데 아직은 어슴푸레할 뿐 이 부분에 대해 명료하지는 않다. 좀 더 오랜 시간을 두고 공부하며 사색이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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