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시간은 느슨하되 빨리 흘러간다. 아마도 반복되는 일상이 익숙해진 탓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뇌는 효율성을 위해 반복되는 패턴을 뭉뚱그려 기억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기억의 시간 속에 그 공백을 촘촘히 채우지 않는다.
인간의 반복적인 일상은 편안함을 안겨준다. 뭔가에 익숙해졌다는 것은 삶이 그만큼 덜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간은 그렇게 진화해 왔다. 그래야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익숙함에 안주하다 보면 삶의 진폭은 좁아지기 마련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은 호기심을 잃어간다. 우리가 처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새롭고 낯설었을 것이다. 처음 보는 하늘, 나비 같은 곤충, 풀벌레 소리....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모든 것은 익숙한 대상이 됐다. 익숙한 것에 대해 다시 호기심이 생기기는 어려운 일이다.
나이가 들면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커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간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젊은 시절과 그것을 회피하려는 노년의 호르몬 체계가 다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지만 그것이 존재이유는 아니라고 한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어딘가에 안존 하기는 쉬운 일이지만 그렇게 살기에 우리의 삶이 너무 짧다.
헤밍웨이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늙은 어부 산티아고를 통해 인간의 삶을 그렸다. 산티아고는 80일 넘게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따분했다. 산티아고는 결심한다. 평소 물고기를 잡던 어장보다 더 먼바다를 향해 노를 저어 나아가기로... 그의 도전은 무모하고 위험해 보였지만 그의 삶은 새로운 세계로 질적인 도약을 하게 된다. 인간의 위대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나이가 들수록 잠자고 있는 호기심을 깨워야 한다. 가만히 두면 그대로 잠들어 버린다. 나태와 무료한 삶의 관성을 깨야 한다. 그래야 지나온 삶에 대한 회한이 그나마 줄어들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