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노력, 어떤 것이 중요할까?

by 풍뎅이

우리 인생에서 부와 명예 같은 성공은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는가? 아니면 그냥 운 같은 것이 작용한 결과인가? 전자가 설득력이 더 있고 표면적으로는 맞는 얘기처럼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인 요소를 하나씩 짚어보면 꼭 그렇지마는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운이라는 게 생각보다 우리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말도 나온 것 같다.


전근대 사회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신분이었을 것이다. 왕과 노비의 삶은 비교하기 어렵다. '왕후장상이 씨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미천한 신분에서 제왕의 지위까지 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수백 년 역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드문 일이다. 큰 틀에서 한 사람 인생은 태어나면서 정해진다.


신분제가 철폐된 현대 사회에서는 대체로 부가 원하는 삶의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 금수저를 물고 나온 사람과 흙수저를 들고 나온 나온 사람의 격차는 비교하기 어렵다. 구도를 뒤엎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좋은 신분으로 태어나거나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난 경우는 그냥 운 같은 것이다. 그것으로 삶이라는 경주에서 월등하게 유리한 경기를 시작할 수 있다.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삶의 조건을 개선할 여지와 요소가 많다. 가난한 환경에서 태어났더라도 열심히 노력해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업을 가지면 삶의 기반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맨손으로 굴지의 기업을 일궈낸 고 정주영 회장이나 김우중 회장 같은 입지전적인 분도 있다. 이 분들은 세상과 시대의 흐름을 읽는 탁월한 안목과 불굴의 의지, 용기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그렇다면 노력이 타고난 운을 넘어서는 것 아닌가?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많은 조건이 결정돼 있다. 각기 다른 유전자 속에 많은 다른 것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영특한 두뇌를 갖고 태어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음악적 재능을 갖고 세상에 나온다. 운동을 잘하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선천적 요소가 강하다. 심지어 게으름과 부지런함, 용기와 의지도 DNA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한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태생부터 갖고 나온 DNA는 인간이 성장하면서 발현되는 것이다. 오로지 운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요소들이다.


환경적인 요인도 마찬가지다. 때가 중요하다. 전쟁이나 흑사병 같은 질병이 난무하는 시절에 태어난다면 삶을 온전히 보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느 지역에 태어난 것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진 것들이다. 한 개인에게로 좁혀봐도 운의 영향은 적잖다. 국내 최고 가수인 임영웅은 한 TV방송국의 트로트 경선이 없었다면 무명가수 생활이 길어졌을 수도 있다. 임영웅의 노래 실력이나 그의 끈기 등도 타고난 것들이다. 이런 타고난 운이 또 다른 운과 어우러지면서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사례인가?

이런 생각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있느냐는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유물론적으로 보면 의사를 결정하는 행위는 몸속에 있는 호르몬이나 화학적 작용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어떤 사람의 뇌 상태를 관측하면 그가 어떤 의사 결정을 내릴지를 미리 알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삶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운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지나친 환원론적 해석일 수도 있다. 운명 결정론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런저런 것을 떠나서 삶을 지배하는 요소를 구분해 해석하는 것이 한 개인의 삶에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뇌는 가소성이 있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는 많은 것들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타고난 DNA가 한계가 있더라도 후천적으로 노력을 통해 뭔가를 새로 일궈낼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운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더라도 뭔가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하지 않는 것보다는 가치 있는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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