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시절에 에픽테토스라는 노예 철학자가 있었다. '명상록'을 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와 네로의 스승인 세네카와 함께 스토아학파 철학의 거두로 꼽힌다. 에픽테토스의 주인 또한 노예 출신이다. 에파프로디투스라는 인물인데 네로 황제의 노예였다. 네로가 자살할 때 옆에서 도운 인물이다. 에파프로티투스는 노예 출신이기 때문에 자신이 주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에픽테토스를 괴롭혔다. 에파프로티투스는 에픽테토스의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고문을 하며 그에게 애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랬다. 하지만 에픽테토스는 주인에게 자신이 괴로워하는 광경을 선물하지 않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렇게 에픽테토스가 고문을 당하면서도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던 것은 명확한 철학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진정한 자유'에 관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삶의 한계를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간으로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먼저 구분해야 하며, 내가 할 수 없는 권한 밖에 있는 것에 마음을 쏟으면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2천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에픽테토스의 말은 21세기를 현대인에게도 유효한 잠언이다. 우리는 살면서 생기는 많은 일로 인해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의 감정을 느낀다. 그것이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외적인 상황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 게 에픽테토스의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엄연히 구분되기 마련이다. 예컨대 죽음이나 정치적 상황, 경제 지표 등은 내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반면 나의 생각이나, 노력, 어떤 일에 대한 대처방안 등은 내 의지로 가능한 영역이다. 마음의 평정을 얻기 위해서는 내 권한 밖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초연해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성적으로 수긍이 되지만 현실에서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누구나 살다 보면 마음이 어지러울 때가 있다. 그것이 내가 어떻게 하기 힘든, 나의 의지로 가능하지 않는 영역임에도 마음을 놓아 버리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 에픽테토스는 우리들에게 속삭인다. '너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사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너의 생각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