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시스 콜린스 著
르네상스 이후 과학과 종교는 항상 투닥거리는 사이가 됐다.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고, 모든 생명체는 신이 창조한 것이라는 세계관에 대해 과학은 비합리적인 관점이라며 비판했다. 과학자들은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이며, 지구상의 많은 생명체도 단세포에서 시작해 자연선택에 의해 점차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됐다고 주장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게 맞다는 것은 몇 백 년 전부터 수용된 이론이지만 종교계는 이를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마 교황청은 지동설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을 해 가택 연금시켰던 갈릴레오에 대해 359년이 지난 1992년이 돼서야 비로소 사과했다.
이처럼 과학과 종교 사이에 간극이 큰 이유는 뭘까? 과학과 종교는 서로 다른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종교는 신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과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다. 어떤 이론이 종교적 교리와 배치될 때 이를 쉽게 수용하면 오랜 신앙의 틀이 무너질까 우려한다. 반면 과학은 실험과 검증을 진실의 토대로 하기 때문에 실패를 자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과학과 종교를 어떻게 바라볼까? 당연히 과학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린다. 과학자 가운데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과학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프랜시스 콜린스는 세계적인 유전학자이자 과학자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간의 게놈(유전자 서열)을 해독해 몸의 지도를 만든 사람이다. 콜린스는 많은 과학자들이 그러하듯 처음에는 무신론자였다. 그런데 인간의 게놈을 해독하면서 신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유신론자가 됐다. 콜린스는 과학을 깊이 탐구할수록 신의 존재를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DNA를 보면서 인간은 신의 뜻에 따라 하나의 단세포에서 오랫동안 진화해 온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콜린스는 저서 <신의 언어>에서 인간의 이성은 신이 주신 선물이며, 과학 탐구를 통해 신의 뜻을 확연히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DNA를 연구하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오묘하고 신비로운 신의 존재를 체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이 과학적으로는 공기의 진동에 불과하지만 우리의 내면에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주는 것에 비유했다.
콜린스는 과학을 외면한 어쭙잖은 종교계의 비이성적인 태도가 되레 신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콜린스는 과학과 종교의 영역은 다른 것이며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린스는 과학은 지식을 얻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고 말했다. 과학은 인간과 이 세상의 존재 이유와 신비로운 영적 영역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며 과학은 신에 위협받지 않고, 신도 과학에 위협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아인슈타인이 말한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다"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그리고 과학과 종교 사이에서 고조되는 전쟁에 휴전을 선포할 때이며, 이제 과학과 종교 모두 지적으로 영적으로 두루 만족스럽게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