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 믈로디노프 著
많은 물리학자들은 결국은 철학자가 된다. 따져보면 물리학이라는 것도 물질의 근원을 찾아가는 학문이다. 물질의 근원을 찾아간다는 것은 결국 이 세상의 실재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일이다.
1980년대 후반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내 일약 월드스타가 된 스티븐 호킹도 이런 주제를 건너뛰지는 않았다. 스티븐 호킹은 또 다른 저서 <위대한 설계>에서 이 세상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無)서 만들어졌다(有)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을 했다. 말하자면 자연은 스스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마치 성경에서 '하나님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라는 구절과 유사한 맥락이다.
물리학자들은 지금도 이 세상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통일 이론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묶으려는 시도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끈 이론과 양자 중력 이론의 탄생 배경도 통일 이론의 연장선에 있다.
호킹은 이 세상의 물리법칙을 단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위대한 설계에서> M이론을 주창한다. 핵심내용은 우리의 우주는 수많은 우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최초의 우주는 양자 요동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이 개입할 필요가 없으며 이 우주는 스스로의 힘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얼핏 공상과학 소설 같은 얘기로도 들린다.
실제로 호킹박사의 M이론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개념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스티븐 호킹이 '우주는 신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간 전부터 과학계와 종교계는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책이 나온 뒤에도 독자들 사이에서도 '천재 물리학자의 명석한 결론'이라는 찬사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졸작'이라는 혹평이 엇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