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서 화석나무라 불리는 은행나무, 만물의 영장인 인간, 모두가 마찬가지다. 밤하늘을 수놓으며 수십억 년을 버텨온 하늘의 별들도 예외는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별들도 결국은 사라지고 이 우주에는 칠흑 같은 어둠만 남게 된다.
삼라만상의 그 무엇도 시간을 당해낼 재간은 없다. 시간은 가차 없고 무자비하다. 미래를 향해 흘러가며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시간은 어린 시절의 나를 초로의 중늙은이로 변모시켰고, 내 머릿속에 즐거움과 슬픔, 기쁨과 고통 같은 숱은 기억을 만들었다. 영겁처럼 느껴지는 우주의 시간도 유한하지만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다. 돈에 비유한다면 우주는 138억 원을 들고 있지만 인간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도 채우기 어려운 유한한 삶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다.
황량한 우주의 작은 점 같은 지구, 칼 세이건이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렀던 지구 위에 우리 모두는 기적처럼 살고 있다. 지구 위에 생존하는 모든 것들은 기적이다. 수십 억년 전에 모습을 드러낸 뒤 오랜 시간 동안 모진 세월을 견디며 살아왔다.
산다는 것이 기적이지만 삶 자체가 기적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다고 하지만 때로는 따분하기도 하고 하릴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기도 한다.
시간은 절대적이지 않다. 사람마다 다르게 흐른다.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물리적으로는 빨리 움직일수록, 중력이 높은 곳에 있을수록 시간은 더디 흐른다. 심리적인 시간은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빠르게 느껴지고, 괴롭고 힘든 시간은 더디게 느껴진다.
이제 산 시간보다 살아가야 할 시간이 훨씬 적게 남았다. 산 시간은 명확하지만 살 시간은 불명확하다. 언제 불명확함이 명확함으로 바뀔지 모른다.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순간을 부둥켜 쥐고 깨어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