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유퀴즈>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MC와 토크 형식으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평소 내 생각과 100% 겹치는 말을 해 깜짝 놀랐다. "사람은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인간을 규정하는 용어는 많다. 지혜로운 인간을 뜻하는 호모 사피엔스,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인 호모 하빌리스, 요리하는 인간인 호모 쿠쿠엔스 등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호모 루덴스( Homo Ludens)다.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말이다. 나는 인간의 가장 행복한 삶은 기왕 던져진 세상에 잘 놀다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 삶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을 한다.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도 사냥을 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인간은 단지 먹고사는 것을 넘어서 부가적으로 일을 한다. 나와 비교되는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남보다 좋은 옷을 입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한다. 또 뽀대 있게 보이려면 문화생활도 즐겨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타인과 얽힌 소비의 의존효과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소처럼 일하다 죽는 경우가 많다.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돈이 삶의 목표가 되고 하나의 우상이 된다. 우스개 소리로 남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고 한다. '돈을 벌어 놓고 죽는 남자와 돈을 벌다 죽는 남자'....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삶에서 노동과 여가를 어떻게 조화롭게 할 것인가는 중요한 과제다. 아무리 호모 루덴스를 지향하하더라도 놀기만 하는 것은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궁핍이, 부자는 권태로움이 삶의 행복을 떨어뜨리는 저해요소가 된다. 잘 놀기 위해서는 적절한 노동도 필요하다. 시원한 물 한잔은 갈증이 있을 때 효용가치가 크기 마련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그런 삶을 향해 노력하는 사람이 더 돋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