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얘기다. 골프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일반인들 사이에는 골프 용어도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스포츠부에 있던 선배 기자가 골프 취재를 나갔다. 방송뉴스는 영상과 함께 송출되기 때문에 촬영기자와 함께 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취재차를 운전하는 기사와 취재기자, 촬영기자, 오디오맨 이렇게 4명이 한 크루가 된다.
골프대회 현장에 도착한 선배기자가 후배 촬영기자에게 주문했다. "00 씨, 촬영할 때 갤러리도 함께 스케치해 줘" "네, 선배 걱정 마세요" 후배 촬영기자, 씩씩하게 대답했다. 골프 대회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런데 대회가 끝날 무렵 촬영기자가 취재 기자를 찾아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선배, 아무리 둘러봐도 갤러리라는 선수는 없던데요?"
지금은 20대 젊은 친구들에게도 골프는 친숙한 운동이다. 코르나로 해외 출국이 막히고 술집이나 식당 등 다중 이용시설 이용이 어려워지자 골프 붐이 일기도 했다. 멋진 골프복을 입고 골프 치는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되기도 했다.
나는 골프를 친 지는 20년 정도 된다. 친구나 회사 동료들에 비해 늦게 시작한 편이었다. 이래저래 골프장에 나갈 기회가 적잖았지만 골프를 그다지 잘 치지 못한다. 특히 미국 블루밍턴에서 1년간 연수를 했을 때는 1년 내내 골프장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도 언제든 쉽게 백돌이가 된다. 운동이든 뭐든 근성을 갖고 덤벼야 하는데 기질상 그렇지 못하다. 골프장은 대개 풍광이 아름답다. 그냥 필드를 걸으며 경치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다. 한번 필드에 나갈 때마다 수십만 원이 지출된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업무적으로 법인카드를 이용해 골프를 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 비해 미국은 골프비용이 저렴하다. 미국 연수기간 중 골프장 1년 회원권을 끊었는데 부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데도 850달러에 불과했다. 1년 동안 이용 횟수에 제한이 없고 추가 비용도 없었다. 그래서 하루에 두 번 나간 적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블루밍턴에 있는 골프장 코스가 머릿속에 그려질 때가 있다. 거의 매일 나가다시피 했으니 쉽게 잊히지 않는다. 거기서 195미터 파3에서 홀인원도 했었다. 집 앞에 세워둔 자동차가 누군가의 방화로 불이나 전소됐을 때도 트렁크 안에 있던 골프백은 무사했다. 골프를 계속 치라는 신의 계시(?)로 여겼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그곳에 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코스를 돌고 싶다. 그럴 때가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