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격적으로 커피 맛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 연수 간 2008년쯤이다. 그 이전에는 봉지커피로 알려진 커피믹스가 마시는 커피의 주류였다. 물론 그 이전에 커피 본연의 맛에 접근하기도 했었다. 결혼 직후에 일본 사람들이 즐기는 커피인 '블루마운틴'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원두커피를 사다가 내려 마셨다. 그런데 이 흐름이 더 이어지진 않았다.
미국에 1년간 머물면서 아메리카노로 알려진 미국 커피맛에 제대로 길들여졌다. 미국의 빵이나 디저트 케이크 등은 단맛이 무척 강하다. 씁쓸한 커피맛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룬다. 스타벅스에서 파는 아메리카노가 2달러에 조금 못 미쳤다. 당시에 한국 스타벅스에서 파는 아메리카노는 3천 원을 웃돌던 때였다.
이후 커피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글을 쓰는 직업인지라 커피를 곁에 두는 게 잘 어울린다 생각도 했었다. 무엇보다 커피의 향은 내 취향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커피를 마셨고, 그것이 관성으로 이어졌다. 커피는 문화인의 필수품이니까. 그리고 한잔의 커피는 뽀대도 나는 거잖아....
회사에서 점심을 먹은 뒤 차를 한잔 하는 것은 밥 먹고 숭늉 찾는 것과 비슷하다. 회사 근처 MBC본사 2층에 있는 박이추 커피를 즐겨 찾았다. 당시에는 드립커피를 하는 드문 곳이었다. 파나마 産인 케이샤는 한잔에 13,000원 정도로 비싼 축이었다. 그래도 신맛과 단맛 쓴맛이 아우러진 묘한 맛에 이끌려 자주 마셨다. 후배들을 데리고 가 드립커피를 사주면 좋아했다. 월급쟁이가 한잔에 만원이 넘는 커피를 마시기가 쉽지 않았으니... 그런 게 직장 다니는 맛이기도 했다.
올해 초 커피를 끊기로 결심해 끊은 적이 있다. 고등학교 친구가 커피를 끊은 후기를 카톡에 올린 적이 있는데 그냥 나도 한번 따라 해보고 싶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 변화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다. 커피를 끊은 뒤 처음에는 두통 같은 것이 있다가 이후에는 머리가 맑아졌다. 수면의 질도 훨씬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길게 가지는 않았다. 술을 줄인 뒤 커피까지 마시지 않으니 낙이 사라졌다. 길지 않은 인생 이런 것 저런 것 따지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