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와인(2)

by 풍뎅이


커피에 비하면 와인은 정열적인 음료다. 음료인 것은 맞지만 술이니까. 요즘 들어 술을 마시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그 가짓수를 줄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소주, 맥주, 사케, 백주, 위스키, 와인... 술의 종류는 그 역사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런데 술도 연령대에 맞는 궁합을 맞춰 마셔야 좋을테니까.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포도가 발효된 음료인 와인이 좋다. 예수님의 첫 이적도 물로 와인을 만든 것 아니었던가? 그래서 와인은 기독교의 음료로 불린다. 커피는 이슬람의 음료다. 그래서 로마 교황들은 오랫동안 커피를 악마의 음료라며 금기했다. 이슬람교도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대신 커피를 즐긴다. 커피숍도 터키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금은 커피가 기독교의 본산인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음료가 됐지만 어쨌든 그런 시절이 있었다.


와인은 커피보다 역사가 오래된 음료다. 술은 약간의 환각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음료이니 종교와도 관련이 깊다. 성경에는 노아가 포도주에 만취한 기록이 나온다. 예수님의 최후의 만찬에도 와인은 빠지지 않았다. 기독교에서 포도나무는 비유적 표현으로 자주 인용된다. 나는 지금도 궁금한 부분이 있다. 예수님의 첫 이적이 하필 가나 혼인잔치에서 물로 와인을 만든 것이었을까? 종교적으로 이해가 높으신 분들의 댓글을 바란다.


바로 이 내용과 관련해 낭만파 시인으로 잘 알려진 바이런의 일화가 있다. 캠브리지 대학교 학생이었던 바이런은 3학년 학기말 시험에서 '예수가 물로 와인을 만든 이적에 대해 종교적으로 해석하라'는 시험 문안에 대해 단 한 줄을 적어내어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답안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물이 창조주를 보자 얼굴이 붉어졌더라(Water saw its creator and blushed). 기가 막힌 답안지다.


와인은 인간의 역사 그 자체라 할만한 음료다. 어제저녁에도 와인을 한잔했다. 기분이 좋았다. 와인은 여행처럼 마시기 전, 그리고 마실 때, 마신 뒤 모두 효용이 좋은 편이다. 남은 인생, 과하지 않게 와인을 한잔 하며 삶을 즐기고 싶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과유불급이기 마련이다. 절제할 능력이 없으면 마실 자격도 없다. 노자는 소유하는 물건이 7개를 넘으면 물건이 되레 나를 소유한다고 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이 커지면 자칫 물질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경구라 생각한다. 그런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7개 물건 안에 좋은 포도주는 빼고 싶지 않다는 부질없는 욕심도 생긴다. 그것이 불완전 인간이 하는 선택이 위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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