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쳐다본다는 것

by 풍뎅이


서울의 밤하늘은 너무 밝다. 도시에 가득한 불빛이 별빛을 가린다. 가끔씩 별이 보이긴 하지만 별이 있다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다. 어린 시절 밤하늘에는 별들이 많았다. 북극성과 북두칠성,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았던 은하수...그 많은 별들은 한 장의 사진처럼 기억 속에 간직돼 있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는 것이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 달, 별들은 현재가 아닌 과거의 모습이다. 딱딱한 얘기지만 뭔가를 본다는 것은 사물에 닿은 빛이 우리 눈의 시신경을 거쳐 뇌가 감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래서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은 8분 19초, 38만 킬로미터 떨어진 달은 1.3초 걸려 빛이 지구에 도착한다. 빛이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만큼 과거의 모습이다. 북극성은 430여 년 전에 반짝한 빛이 먼 우주 공간을 지나 지금에서야 우리 행성에 도달한다.


밤하늘에 떠있는 많은 별들은 현존하는 인간을 사색하게 만든다. 수십만 년 전 우리 선조들도 캄캄한 밤하늘을 쳐다보면 깊은 상념에 잠겼을 것이다. 문자가 없어 비록 우리에게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삶과 죽음에 대한 숱한 철학적 대화도 나눴을 것이다. 밤하늘은 철학과 문학, 예술과 과학을 탄생시켰다. 지동설을 주창했던 갈릴레이의 위대함은 바로 망원경의 대상을 인간이 아닌 하늘로 향했기 때문이다.


광활한 우주에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은 인간 존재의 미약함과 한계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칼 세이건은 "질소는 우리 DNA에, 칼슘은 우리 치아에, 철은 우리 피에, 탄소는 우리가 먹는 애플파이에 있다. 이것은 별들이 붕괴할 때 그 안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는 별들의 먼지로 구성됐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인간은 우주에 흩어진 작은 먼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성경에서 말한 '인간은 흙으로 만들어지고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메타포가 아니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지나 하늘을 쳐다보며 미래를 꿈꾼다. 우리가 딛고 있는 발은 땅이지만 고개는 하늘을 향해야 한다. 목표는 과녁보다 높은 곳을 겨냥해야 다다를 수 있는 법이다.


가끔씩 시골의 캄캄한 밤하늘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이가 들어도 별은 보고 싶어진다. 수구초심 같은 것이다. 인간은 광대한 우주 앞에서는 작은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우주의 긴 시간에 비해 인간의 삶은 찰나에 불과하지만 그나마 지나온 시간이 남은 그것을 넘어섰다. 하루하루 겸허한 마음으로 평온한 삶을 지키려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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