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생각

by 풍뎅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우르크의 왕 길가메시는 죽음을 피하러 영생의 약초를 찾아 떠난다.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쉬팀으로부터 영생의 약초를 얻게 되지만 목욕을 하는 사이 뱀이 훔쳐 달아난다.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 길가메시는 슬피 우는데 우트나피쉬팀은 이렇게 말한다. "운다고 슬퍼한다고 해서 죽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맛있는 것 먹고,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라"


중국 진시황도 불로초를 구하러 선남선녀 500명을 사방으로 보냈지만 죽음을 비켜가진 못했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다. 진시황이나 길가메시처럼 숙명을 거슬러 영생을 꿈꾼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영원한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단언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울 것이라 생각한다. 죽지도 못하는 삶, 죽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큰 고통일까?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죽음이라는 마침표가 있어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고 값진 것이다.


우리는 죽음을 금기시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이다. 죽음은 지금의 삶과 마찬가지이며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 있다. 그래서 죽음을 바로 보는 우리의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 장자는 "하늘과 땅은 나를 생겨나게 하고, 삶으로 나를 괴롭게 하며, 늙음으로 나를 한가롭게 한다. 또한 죽음으로 나를 쉬게 한다. 그렇기에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음을 선한 것으로 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인간은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간다. 죽음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삶을 잘 살듯이 죽음도 잘 맞이해야 한다. 죽음을 회피하려 하지 말고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죽음이 가까워지면 쓸데없이 중환자실에서 끌려가 기관지에 관을 삽입하는 고통을 감수하며 생명을 연장하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족에게 미리 당부해야 하는 사안이다. 미리 유언장도 작성하고, 장례방식도 의논하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더 없는 다행이다. 우리가 여행 계획을 세우듯 죽음을 맞이할 계획을 촘촘히 세우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어차피 인생도 하나의 여정이지 않는가?


오늘 유명 탤런트의 영결식이 열렸다. 여느 장례식처럼 많은 조문객들이 하나같이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때 이른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고인은 아흔이 넘는 삶을 사셨다. 후배들로부터도 많은 존경을 받는 인물이었다. 이런 장례식이라면 눈물이 아니라 춤과 노래가 어우러지고, 고인이 멋진 삶을 살고 가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가 됐으면 어땠을까? 고인도 훨씬 편하고 기분 좋게 축복을 받으며 이 행성을 떠나지 않았을까? 죽음은 삶의 단절이 아니라 완성이며,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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