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첫날의 단상

by 풍뎅이

새해가 왔다. 어제와 오늘의 시간 흐름이 다르지 않지만 오늘은 새해 첫날이 됐다. 인간은 시간을 그렇게 구분해 한해의 기준을 정했고, 그렇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해 왔다. 새해가 언제 시작되든 큰 상관이 없지만 한겨울 추위의 한가운데 있는 시점을 굳이 새해로 정한 것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일이다. 기왕에 새해를 시작한다면 겨울이 지나고 꽃망울이 맺히는 봄이 새해로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이슬람 국가들은 새해를 여름에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새해를 맞이하는 간극은 짧게 느껴진다. 기억은 반복되는 일상을 그냥 뭉뚱그려버린다. 일상의 시간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갈수록 시간의 길이는 더 짧게 느껴질 것이다.


새해 첫날이 되니 아무래도 남은 삶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삶에 대한 태도도 예전보다는 진중해진다. 인생을 의미 있는 그 무엇으로 채워야 한다는 조급한 욕심도 생긴다. 새해를 맞는 감흥도 달라진다. 어린시절처럼 새해라고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이렇게 빨리 새해가 오가면 살아갈 날과 시간도 한순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해 첫날이지만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세상 일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지나고 보면 운명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올해도 세월과 운명의 흐름에 나를 맡기고 갈 생각이다.


정신과 전문의로 유명한 이근후 박사는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삶을 풀이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오랜 내공이 느껴지고, 공감이 많이 가는 말이다.

나이가 들어보니 평온한 삶이 가장 좋은 삶이고 복 받은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굴곡지지 않은 삶, 누구나 그런 삶을 꿈꿀 것이다. 10여년 전부터 평온한 삶을 살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세워두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공부하고, 운동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된다. 이 기준이 언제 다시 바뀔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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