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지구가 멸망한다면 남기고 싶은 말로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돼 있다"라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물리학의 여러 이론과 결과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본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인류가 오랜 기간 거쳐 깨친 내용이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하면서 즐거움과 슬픔, 기쁨과 고통을 맛보며 살아간다. 나도 어쩌다 보니 적잖은 삶을 이어왔다. 운이 좋은 셈이다. 허나 삶이 호락호락하거나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만만치 않은 삶을 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불가에서 말하는 고집멸도(苦集滅道),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물리법칙에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이 세상과 인간사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은 뇌가 커지면서 이성의 영역에서 눈부신 확장을 했지만 그만큼의 반대급부도 떠안게 됐다. 이성은 삶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게 만든다. 동물처럼 인지와 사고가 발달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하지 않았을 것들이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지금 나는 왜 이렇게 고통과 힘든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생로병사는 태생부터 벗어날 수 없는 굴레다. 모든 생명체는 생로병사를 겪지만 인간만이 그것을 또렷이 인식하며 살아간다. 인간의 삶이 힘든 이유다.
세상 일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가지만 내 마음이 그것에 초연하기는 힘든 일이다. 나이를 먹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느 정도 수련이 됐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큰 변화가 있으면 마음은 흔들린다.
변하지 않는 객관적 사실에 내가 괴로워하거나 슬퍼한들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희로애락의 감정을 좋게 표현한다면 그게 인간다움이라고 위안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남은 삶을 좀 더 초연하게 대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고 싶다. 그것이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는 나에게 달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