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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거울

by 서정
@Artem Saranin by Pexels


늦은 밤 동네 한 켠에 버려진 길쭉한 거울 하나

발끝을 질질 며 걷다가

그 투명하고 더러운 판때기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서슬퍼 무수한 균열 사이

어색하게 지어본 미소는 불그스레하

핏방울처럼 번며 쇠 냄새를 풍겼다


나는 웃어야 행복한 사람이었지

뻣뻣하게 굳은 입꼬리 타고

파편이 되어 갈기갈기 흩어는 비틀린 웃음

담장 옆 장미도 이렇게 뜨겁고 시리도록 날카운 얼굴을 하고 있겠지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져버렸는데

담장 너머로 이리저리 퍼지는 남의 향기만 맡는 신세 누가 알아줄까

장미도 오래지 않아 지고 말겠지만

가장자리부터 까맣게 타들어가 죽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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