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영 Apr 05. 2017

한 발짝의 의지

2017년 4월 4일, 일흔세 번째

축구경기를 했다. 오늘따라 몸이 너무 무거웠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도 컸다. 그래서 몸이 굳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쯤 출발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모래주머니를 찬듯이 움직임이 버거웠다.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찼다.

한 발짝이 모자라 한 점을 내주었다. 몇 점이 쌓여 경기에서 졌다.

화가 났다. 경기에서 졌기 때문이 아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숨이 차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금 전만 해도 쓰러질 것 같았는데 결국 쓰러지지는 않았다. 한 발짝만 더 뛸 걸 그랬다, 하는 후회가 들어서, 속이 상했다.

거창한 의지는 필요 없다. 한 걸음만 더 뛰면 된다. 나는 여태 못 뛸 것 같다면서 뛰지 않았다. 능력의 한계를 빌미로 한, 의지의 한계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La La Land: 재즈, 눈물나게 아름다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