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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Apr 05. 2017

분리불안

2017년 4월 5일, 일흔네 번째

혼자 사는 일은 허전하다. 불 꺼진 방 문을 열면 적막이 가슴을 뒤덮는다. 귓속에서 나는 소리가 태풍보다 크게 들린다. 모든 것들이 땅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에 젖어든다.

밖에 나가면 목부터 가다듬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내 목소리를 잊었기 때문이다. 홀로 있는 기분은 아주 가끔, 내가 필요 없다는 생각으로 변한다. 다른 이와 분리되는 일은 종종 끔찍하리만치 고통스럽다.

혼자 사는 집이 늘어간다. 그에 맞춰 반려동물도 늘었다. 내 주변 대다수는 강아지를 선호한다. 특유의 사회성이 검은 적막을 걷어내기 때문이다. 거리에, 공원에,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사는 독신이 많이 보인다.

모두 적막을 잊기 위해 강아지를 키운다. 그런데 주인이 외출하면 강아지는 혼자다. 적막에 빠져 허우적댄다. 닫힌 현관문을 한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짖거나, 주인 냄새가 나는 물건을 뒤진다. '분리불안'이라 하는 행동이다.

내 고통을 면하는 과정에서 다른 존재가 고통을 겪는다면, 내가 그에게 고통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를 향한 총알을 피하려 다른 사람을 앞세우는 모양과 꼭 같다. 분리불안도 마찬가지다. 내 불안을 잊기 위해 강아지에게 불안을 돌린다. 고통을 주는 일은 선할 수 없다.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지만, 더불어 사는 삶은 남의 고뿔도 크게 여긴다. 그가 필요해서 내 옆에 두는지, 내 옆에 두고 싶어서 그가 필요한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건 사람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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