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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y 04. 2016

없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2016년 4월 17일, 아홉 번째

"난 내가 보는 것만 믿을 거야.
나한테 무언가 말하고 싶으면
직접 증거를 가져 오시지."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참 많죠.


옛날에도 이런 방식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
사람들이 많았어요.


"Esse est percipi."
영국에 버클리라는 사람은
'있는 것은 감각되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지요.


사람들이 말했어요.
"그럼 네 옆집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여기에서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는걸?"


이런 비판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
항상 이렇게 반박할 수 밖에 없었어요.
"응, 옆집 사람들은 지금 여기엔 없어.
그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날 때,
신이 만들어 내는 거야."


"그럼 신은?"
"글쎄, 신이 없으면
어떤 것도 알 수 없을테니,
신은 있어야 하겠지?"


"신을 감각할 수는 없잖아.."
"내가 어떤 것을 감각하고 있다는 사실이
신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는 거야."


'보이는 것만 믿겠다'
과학적으로는 참 좋은 태도예요.
미신이나, 잘못된 논증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그런 태도도 역시
기둥을 받쳐줄 주춧돌이 필요해요.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 신에게 의존하게 되겠죠.


그러니까 우리는
없는 것과 알 수 없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해요.


알 수 없는 것은
그게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거든요.


‪#‎하루한생각‬ ‪#‎철학‬ ‪#‎경험론‬ ‪#‎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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