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22일, 백스물다섯 번째
물방울이 쌓이면 돌을 뚫는다는 말이 있다. 사물세계에서 변화는 선형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과거에서 법칙을 발견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예컨대 돌을 뚫으려면 몇 방울의 물이 떨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몇 방울이 떨어졌으니 앞으로 몇 방울이 더 떨어져야 한다는 식이다.
그런데 인간세계의 변화는 그렇게 발생하지 않는다. 인간은 역사를 만들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역사를 통해 도덕을 도출하고 정치를 꾸린다. 말하자면 사람은 과거와 미래 사이의 틈새에서 살아간다.
전체와 부분의 관계는 인간에게 아주 복잡하게 나타난다. 인간은 빠롤을 랑그로 해석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부분적 사건을 어느 정도 체험하면 대강 전체를 알 수 있다. 인간의 humanity는 바로 이러한 능력에서 비롯된다. 딥러닝이 인간과 유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데이터셋이 어느 정도 쌓이면 사람도 이기는 수를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활연관통이 가능한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활연관통이 인간의 것과 동일한지도 아직 안개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