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영 Dec 16. 2021

법칙과 덕

2021년 12월 16일, 백스물아홉 번째

물은 아래로 흐른다. 사과는 땅으로 떨어진다. 해는 동에서 떠서 서로 진다. 달은 그 반대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오고, 낙엽이 떨어지면 겨울이 온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고 물건을 남긴다.


나는 모든 것에 적용되는 법칙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헤맸다. 인간에게도 그런 법칙이 있지 않을까? 예컨대, 가장 참된 말, 가장 선한 기준, 가장 아름다운 곡선, 가장 어떠한 무언가……. 절대 틀리지 않는 말, 절대 악하지 않은 행위, 어떤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예술작품, 결코 어떠하지 않은 그것 말야.


우린 그걸 알고 있는 존재를 알고 있지. 우리는 그를 오랫동안 신이라 불러. 신은 인간이 아니어서 그걸 알고 있어. 인간은 결코 알 수 없는 것, 모두에게 사랑받는 일,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일.


누가 신이 죽었다고 하자마자, 사람들은 신보다 그걸 더 소중하게 여기더라고. 가령, 2 더하기 2가 4라는 사실은 신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말야. 2 더하기 2를 보고 4라고 말하지 않는 존재를 신이라 부를 수 없다니, 신의 왕관을 인간이 씌워주기라도 하는 걸까?


나는 꽉 막힌 도로를 운전할 때마다 구급차가 지나가길 기도해. 좁은 길에서 구급차에 길을 터주기 위해 갓길의 선을 밟을 때마다, 나는 사람의 아들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곤 한다. 성스러운 범죄, 그것이야말로 사람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코딩과 상상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