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재영 Dec 24. 2021

결핍의 아름다움

2021년 12월 24일, 백서른 번째

나의 결핍은 결핍을 무릅쓰지 못한다는 데 있다. 위대한 작품을 남기는 사람들은 모두 결핍을 무릅쓴 사람이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명작을 낳는다. 한 분야에 통달한다는 건 그 외 모든 것을 잃을 가능성을 무릅쓰는 것이다.


나는 장인이 될 수 없다. 나는 내게 모자란 면이 있다는 사실을 잠자코 마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다. 나는 언제나 무엇이든 하는 사람이었으며, 그것을 하며 동시에 하지 못하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위인보다 일반적인 사람이기를 바란다.


내게 보통 사람과 차이가 있다면, 나는 평균적인 결핍에도 고통스러워한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위대함을 추구하나 결국에는 그저 그렇게 된다. 결핍을 무릅쓸 용기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핍을 사회적인 문제로 키우고 싶지는 않다. 단지 사람마다 느끼는 결핍이 다 다르고, 어떤 사람은 어떤 결핍에 민감하게 느끼며, 그러한 느낌에 대한 기준은 가족, 사회, 국가, 문화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은, 내게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가는 강제력이 된다. 나는 그저 그 힘에 머리를 조아리고, 그 안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을 뿐이다.


세상이 망가져도 지키고 싶은 무엇 하나를 품고 사는 사람이, 나는 부럽다.

매거진의 이전글 법칙과 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