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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r 21. 2022

처벌로서의 선거

함께 살자고 하면 싸움도 정치가 된다.  죽고  살자고 하면 정치도 싸움밖에  된다. 선거는 본디 싸움이다. 선거가 끝난지 언젠데 피바람이  것만 같다. 같이 살자는 말이  나와서 그렇다. 패배자를 죽음으로 내몬 역사가 있어서 그렇다.


소위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사람들은 저쪽이 범죄를 저지를 것 같아서 이쪽에 표를 던진다. 범죄는 그야말로 ‘너 죽고 나 살자’는 행동이다. 범죄자가 활개치는 한 사람들은 더불어 살 수 없다. 정의가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 정의는 범죄를 처벌할 때 나타난다. 범죄자들이 처벌의 공포를 느낄 때에만, 함께 사는 사람들의 평등이나 차이가 의미를 얻는다. 물론 여기서 범죄는 법을 어기는 짓뿐만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그러면 안 될 것 같은 짓들’도 모두 범죄로 보아야 한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법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범죄가 너무나 많다. 봐주기, 먼지털이, 과잉충성, 관행, 내로남불… 모두 다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짓거리들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그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처벌한다는 성격이 강했다. ‘힘을 줄 테니 정권을 잡아 저쪽을 몰아내라!’ 어느 편의 입에서 나오더라도 정치의 언어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오싹하다. 수많은 사람이 이렇게 외치지 않나?


선거는 처벌의 한 종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처벌은 복수처럼 집요하지 않고 용서처럼 너그럽지 않다. 정권교체에만 목멘다면 선거는 복수가 된다. 저쪽의 범죄를 눈감아준다면 선거는 용서가 된다. 그래선 안 된다. 자리를 탐내지 않으면서도 상대편의 범죄를 기억해야 한다. 그러면 선거는 정의로울 수 있다. 선거가 끝나도 같이 살자고 손 내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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