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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y 09. 2022

말 같은 말

달변가 한동훈은 현명한 사람이 아니다

한동훈, 말 잘한다. 그런데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인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특별한 경우, 악의적으로 명확히 사실을 앎에도 불구하고 누굴 공격하기 위해서... 한겨레신문의 이번 보도는 과거의 그.. 별장 성접대 보도와 유사한 형태입니다. 1면에 올렸고 일종의 좌표찍기 식으로 후속보도들이 주변에서 이어진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선례를 남겨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습니다."


한동훈은 자신의 딸을 둘러싼 의혹을 김학의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보도와 같은 선상에 뒀다. 틀린 말은 아니다.


영악한 사람들은 말 안 되는 말도 말인 듯이 잘한다. 사람은 자기가 말하면서 동시에 듣기 때문에, 자기가 하는 말이 말 안 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 말을 하던 중에라도 멈칫거리게 되기 때문이다. 간혹 머리가 좋지 않아도 그런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광신에 빠진 사람들이다. 제 말이 헛소리인지 모르는, 혹은 알고도 무시하는 자들만이 쉬지않고 말을 쏟아낼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쉬지 않고 단어를 쏟아내는 사람들을 자주 대해왔다. 겉보기에는 명석하고 합리적인 듯 보이지만, 이들과 대화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오히려 허탈감에 고통스러워진다. 생각의 부분들, 예컨대 단어, 표현, 문장, 생각 덩어리들이 하나도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시간을 소모한 것 같은 느낌만 남기 때문이다. 여러 인간이 시간을 재료로 관계라는 작품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화는 상대를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은 어떤 관계도 형성할 수 없다. 이런 자들은 사물로 구성된 증거를 가지고 정복하는 형태로만 상대를 설득한다. 이들은 표현과 논리를 세련되고 정치하게 가다듬는 데에만 골몰한다. 상대방이 꼼짝하지 못하는 체크메이트만을 노린다. 이들은 수사(修辭)를 대화로 착각하는 이들이다. 범죄를 해결하기보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자행된 수사(搜査)가 대체로 이렇게 진행된다. 검사의 언어가 이 모양인 걸까, 아니면 우연히 이런 자들이 검찰이라는 직업을 매력적으로 여기는 걸까?


같은 방법으로는 이런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 이런 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체크메이트 같은 증거는 없다. 말을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번 다음, 이 자가 쏟아낸 단어들을 주워 맞춰봐야 한다. 그리고 말을 시작해 안 맞는 부분을 제시해야 한다. '이 사람도 안 맞는 말을 한다'는 모습을 동료 시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어차피 그래도 또 다른 논리로 빠져나갈 테지만, 그래도 의미있다. 이런 자들이 제일 원하는 건, 상대방이 '내 논리에 입도 뻥끗 못하고 곤욕스러워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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