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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y 04. 2016

나는 이름입니다

2016년 4월 27일, 열여덟 번째

매일 밤 뉴스에서 나오는
심드렁한 사건 사고.
아 오늘은 사망사고가 있었네요.
저런.  


"지난밤 교통사고로
20명이 숨졌습니다..."
20.
그렇게 많지는 않네.


오, 중동에서는 또
폭탄테러가 있었구나.
57.
그곳 출신이 아니어서 감사하지.


그 숫자 안에는
아름다운 어머니가 있고,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고,
목숨보다 귀한 딸이 있고,
평생을 약속할 연인이 있고,
꽃을 피우지 못한 갓난아기가 있고,
저녁을 함께할 가족이 있고,
행복할 여생을 남긴 노인이 있어요.


사람을 지우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숫자입니다.
숫자만큼 확실하게
이름을 지우는 방법은 없어요.


죄수의 폭력성을 잠재우는 첫걸음은
이름을 빼앗고 숫자를 주는 겁니다.
군인의 두려움을 없애는 첫걸음은
이름을 빼앗고 숫자를 주는 겁니다.
사망자에게 동정심을 거두는 첫걸음은
이름을 빼앗고 숫자를 주는 겁니다.


사랑한다면 이름을 불러 주세요.


‪#‎하루한생각‬ ‪#‎철학‬ ‪#‎사람‬ ‪#‎이름‬ ‪#‎꽃‬ ‪#‎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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