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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Jun 04. 2016

익수사회

2016년 6월 4일, 서른 번째

어제 물에 빠져 죽을 뻔 했습니다.

2m 정도, 그렇게 깊지 않았는데

수영도 못 하고 깊이가 키를 넘기니

속절없이 꼴딱 물만 마셨어요.


숨을 쉬려고 해도 온 입과 코에

물이 들어차 숨이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숨도 못 쉬는 와중에

"살려주세요"는 배부른 소리지요.


친구들은 장난인 줄 알았답니다.

허우적대는 게 손 흔드는 것만 같고

목소리 대신 물 첨벙하는 소리만 나니

영락없이 물놀이 같았을 거예요.


간신히 친구놈들이 저를 구했습니다.

수영할 줄 알고, 긴급한 줄 알아서요.

그건 물에 빠진 사람이 알려주는 게 아니라

물 밖에 있는 사람이 알아야 구하는 겁니다.


"왜 안 구했어!"

겨우 구해놨더니 한다는 첫 마디가

이 모양입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한없이 서운해요.


소리 쳐도 숨이 딸려 목소리가 안 나오고,

질러봐야 물 안에서 꾸룩거릴 뿐이었어요.

아우성 중에 간간히 보이는 수면 밖 사람들은

무정하게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었고요.


정신이 돌아오니 눈물 나게 고맙고

다시 태어난 듯이 행복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모습이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고요.


힘든 사람들이 많아요.

시험, 취업, 생계, 노후라는 풀장에

구명조끼도 없이 던져 둔 꼴이죠.

능숙한 사람은 잘 나가겠지만요.


지금 당장 내일 해야 할 일도 가늠이 안 가는데,

"도와주세요"는 배부른 소리일 거예요.

발등에 떨어진 일 해결하기도 바쁜 데다가

주위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켜보는 것만 같죠.


수영이 능숙한 사람들은 몰라요.

나는 벌써 나왔는데 너는 못 나오고 허우적대니

바보 같고 장난 같겠지요.

굳이 도와줄 의무도 없어요.


그렇지만

"말하지 그랬어, 말 안하면 모르잖아."

라는 말은 참 야속할 것 같아요.

숨이 안 쉬어지는데 말을 어떻게 해요!


정말 도와주고 싶다면 물에 빠진 사람에게

도와달라 말해야 한다고 하지 마세요.

고마움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수영할 줄 알고 긴급한 줄 아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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