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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Oct 24. 2016

같은 냄비, 다른 요리

2016년 10월 24일, 마흔두 번째

   누나가 감자 부침개 비슷한 것을 해 준다. 감자 열 알로 세 판을 부쳤다. 한 판은 뽀얗고, 다음 판은 노르스름하고, 다른 판은 노릇하다.

   "같은 냄비에 부쳤는데 다른 음식이 나오네."

   같은 재료를 같은 공정에 넣었을 때 같은 제품이 나올 확률을 '신뢰도'라고 부른다. 같은 조건에 다른 제품이 나올 확률을 '불량률'이라고 부른다. 신뢰도와 불량률을 따지는 일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논리학에서는 같은 전제에 같은 결론이 도출될 때 '타당하다'고 한다. 같은 전제에 다른 결론이 나올 때 '부당하다'고 한다. 논리학의 세계에서는 부당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사는 세계에는 종종 불량이 탄생한다. 같은 냄비에서 다른 음식이 나오는 일, 같은 뱃속에서 다른 아이가 태어나는 일, 같은 머리에서 다른 생각이 나오는 일, 그러니까 불량이 탄생하는 일은 우리가 살아숨쉬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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