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일, 마흔여덟 번째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친해졌을까? 우정의 시작을 탐구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냐고 묻는 질문만큼이나 곤란하기 때문이다. 너와 나 사이에는 우리, 라는 다른 세상이 있다.
하루에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횡단보도 건너 전화하는 사람, 버스 앞 자리에 고개 숙인 사람,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 모두를 보고, 듣고, 맡고, 닿지만 결코 기억에는 남지 않는다. 우리도 서로에게 무명씨였으리라.
무명씨는 은근슬쩍 친구가 되어있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보낸다. 기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웃음이 된다. 서로 같은 단어를 동시에 떠올려 말이 겹칠 때에는 소름이 돋는다.
기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길 없다. 그저 친하다, 라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관계다. 무명씨의 세계에서는 보아도 모르지만, 우리의 세계에서는 말하지 않아도 통한다.
우정은 감각을 뛰어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