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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r 01. 2017

내 것

2017년 3월 1일, 마흔일곱 번째

사랑은 새를 잡는 일이다. 새는 하늘에, 나는 땅 위에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쉬이 손은 닿지 않는다. 왜 내겐 날개가 없느냐고, 잡지 못해도 좋으니 닿게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아주 가끔, 새는 날개를 접는다. 땅 위에 새가 내려앉으면 몸을 던져 새를 덮친다. 어떤 이는 놓치고 어떤 이는 잡는다. 새를 놓친 사람은 절망한다. 새를 잡은 사람은, 언젠가 새가 착륙하리라고, 그렇게 믿어온 사람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새를 잡고도 절망한다. 새를 제 손 위에 올려두고도 날아갈까 안달이 난다. 혹여 날아가더라도 멀리 가지 못하게 날개 끝을 자른다. 발에 줄을 묶는다. 만족감은 새를 망치고서야 싹을 틔운다.

날지 못하는 새는 새가 아니다. 새는 하늘에, 나는 땅 위에 있어야 한다. 새를 잡고도 절망하지 않는 방법은 간단하다. 기껏 잡은 새를 놓아주는 일이다. 하늘을 날 수 있게. 다만, 언제라도 부르면 내게 올 수 있게.

그제서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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