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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Mar 03. 2017

경계에서

2017년 3월 3일, 마흔아홉 번째

세상은 초침처럼 똑딱 바뀌지 않는다. 모든 변화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하며, 그런 변화를 디지털(digital)이 아니라 아날로그(analogue)라고 부른다. 똑딱이 아니라 스멀스멀.

드디어 봄볕이 내린다. 입춘은 지난지 오래, 개구리는 스멀스멀 잠에서 깰 준비를 한다. 햇볕은 봄인데 바람은 아직 겨울이다. 지금은 계절의 점이지대. 참으로 아날로그한 계절이다.

계절이 바뀌면 옷 고르기가 어렵다. 코트를 입자니 봄볕에 답답할 것 같고, 카디건만 입자니 겨울바람에 시릴 것 같다. 계절이 똑딱, 하고 바뀌면 한 꺼풀씩 얇게 입으면 될 텐데. 참으로 디지털한 옷차림이다.

내 눈을 거치는 건 아날로그, 내 입을 거치는 건 디지털이다. 모든 변화는 스멀스멀 일어나는데, 그 변화를 말하려면 나는 똑딱, 하고 말해야만 한다. 똑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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